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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빈목도 작성일23-06-05 18:19 조회1,9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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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생을 연명할 때나 가능한 것이지 지금같이 도망가면서 움직인다면 곧 메마를 것이 분명했다.

카이에른도 그걸 알기에 일부러 향을 피워 그를 제압해 놨던 것인데 세이머스가 다 망쳐버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아일렌을 그렇게 만드는데 그들이라고 즐거웠겠나? 세이머스는 아무것도 모르니 이런 무모한 짓을 저지른 것이다.

하루하루 줄어가는 그의 수명을 볼 수 있었다면 세이머스도 감히 그를 데리고 나갈 생각은 못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일은 벌어졌으니 세이머스의 탓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체이스는 주문을 외웠다. 둥글게 맞잡은 손 사이에서 까만 알 같은 것이 생겨났다. 손을 펼치면서 주문을 계속 외우자 알은 점점 커져 독수리만 한 까마귀로 변했다.

체이스가 속삭이자 말뜻을 알아들은 듯 까마귀는 날아갔다. 멀어지는 까마귀를 보며 체이스는 카이에른이 늦지 않기를 바랐다.

카이에른은 인내하는 중이었다. 반쯤 협박받아 끌려온 자신을 사이에 두고 한 명씩 돌아가며 말로 두드려 패는 동족들을 말이다.

동족에 대한 애정이 있어 인내한다기보다는 그들을 이끄는 로드를 향한 경애로 참아내고 있었다.

“너는 제정신인 거냐?”

“어찌 용으로 태어나 흑마법사 따위와 어울려 지낸단 말이냐?”

자신을 보며 으르렁거리는 동족들의 윽박질에 카이에른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내가 영원히 흑마법을 쓰겠다는 것도 아니고 이번 한 번만 하겠다는 거다.”

카이에른도 용이기에, 세계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흑마법은 좋아하지 않았다. 아일렌이 위험한 상황이 아니었으면 쓰지 않았을 거였다.

몇 번씩이나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는 식이었지만 좋게 끝내고 싶어 계속해서 참던 중에 카이에른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이 나왔다.

“그거야! 고작 인간 하나 때문에!”

“고작?”

카이에른의 눈빛이 달라졌다. 아일렌을 두고 고작이라 표현한 것이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제르가노, 지금 당장 나가서 너의 텃밭을 불태워 버리겠다.”

“뭐? 내 텃밭을? 왜!”

“뭐 어떤가? 고작 텃밭 하나일 뿐인데.”

카이에른에게 지목당한 용은 입을 다물었다. 텃밭이라고 서로 칭하고 있지만 다양한 기화요초와 영약들이 즐비한 농장이나 다름없었다.

제 소중한 것이 하찮게 취급당하자 자신이 무슨 실수를 했는지 알게 된 용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흑마법은 용서할 수 없었기에 사과는 하지 않았다.

그런 둘을 보며 로드가 부드럽게 끼어들었다.

“자, 서로 아끼는 것에 대해 그렇게 말을 하면 안 되지.”

로드의 시선이 카이에른에게 향했다. 워낙 저만 알고 살던 그가 소중함을 깨닫게 되어 기꺼우면서도, 그것이 대체 불가능한 것이라는 게 안타까웠다.

텃밭의 식물이 시들면 다른 식물을 키우면 된다. 보고 속 보석이 광채를 잃으면 다른 귀물을 들이면 된다.

하지만 텃밭 속 유일한 꽃 하나, 보석 상자 속 작은 반지 하나. 그런 단 하나뿐인 것을 아끼게 되어버리면 대체할 수가 없었다.

비슷한 것을 들여놓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용을 따르는 말 중에 집착이란 단어가 붙을 리 없었다.

“카이에른.”

찬찬히 그를 살피던 로드가 부르자 카이에른이 로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눈에 담긴 초조함을 읽으며 로드는 한숨을 쉬었다.

“그 인간도 네가 하는 일을 원하는 건가?”

꽃이나 물건과는 달리 인간은 자아가 있었다. 만약 그가 원하지 않는데 카이에른 혼자 원하는 거라면…….

아니길 빌었건만 예상대로 기대는 빗나갔다. 로드의 눈을 피하는 카이에른을 보며 로드는 한숨을 쉬었다.

‘이건 안 돼.’

한쪽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관계는 위험했다. 그것도 하나의 폭력이 될 수 있는 것을 떠나서, 그렇게 진행되는 관계는 언젠가 파탄이 났다.

적어도 같은 마음이라면 로드의 명령을 이용해 단 한 번 눈감아 줄 수 있었지만.

로드는 카이에른을 온라인홀덤
바라보았다.

“카이에른.”

“…….”

“그 인간의 생명을 흑마법으로 연장하는 것을 불허한다.”

“로드!”

안색이 창백해져 로드를 부르는 카이에른과 달리 다른 용들은 그것 보라는 얼굴로 카이에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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